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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

만석동 Project - 추억을 찾아서

 

 

 

    * 이글의 원본은 2009년도 12월에 작성된 글이며 실제 출사는 2006년1월 이였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계속 고향쪽을 바라보게 된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 짧은 여행이 시작된 것은  얼마전 마눌과  저녁식사후  간만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눌이 갑작스레 꿈에서 어린시절 뛰어놀던곳이 자꾸 보인다고 말을 꺼내면서 시작이 되었다.   

 

참 우연스럽게도 저도 1년전쯤에 제가 어린시절을 보냈던곳을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적이

 

있었기에 ....   마눌의 말을 그냥 넘겨 듣지 않게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기회에 마눌이 사진과

 

친해져서 나의 Photo Life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잔머리"가 .....^ ^;;

 

말 나온김에 초스피드로 일을 진행!!  그주 토요일에 가기로 하고 ('06년 1월 14일)    담날 출근하자 말자  

 

슬라이드와 흑백필름을 주문 때리고 점심때 방문 접수 신공을 펼쳐 버렸다.

 

 

 

 

출사는 본인과 마눌 그리고 무서운 초딩 1년생인 큰아들놈(가람이는 4개국어를 한다...

 

취미가 공부다..아빠완 다르다..ㅋㅋ)이 각자의 카메라를 들고 찍기로 하고

  

본인은 Contax RX(Sonar 2.8/135mm, Planar 1.7/50mm, Distagon 2.8/28mm, Vivitar 2.8/24mm)로

 

슬라이드 장전을  

 

마눌은 EOS-5(EF28-70L)로 흑백을 ,  가람이는 Kodak DX-6490을 들고 나섰다.

 

마눌에게 EOS-10D를 쥐어줄까 하다가 추억여행에 걸맞게 감성적인 흑백필름을 넣어주는게 좋을 것

 

같아  흑백을 넣어줬고

(사실 어쩌면 머리속에 남아 있는 그 기억의 모습들은 흑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가 슬라이드를 장전한 이유는 이 여행이 끝난후 가족들과 다 같이 환등기를 통해 다시 그 장면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고 언제든 마눌이 다시 보고 싶을 때도 슬라이드를 걸어서 볼 수

 

있도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드에 저장된 파일을 프로젝트로 보는 것과 필름을 환등기에 걸어 보는 느낌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실거다.  

 

가람이는 편하게 찍으라고 디카를 들려줬고 ....

 

막내 다인이는 인천 장모님께 잠시 맡겨두고  제2경인을 타고 달려  월미도방향 나들목으로 나오면서  

 

출사는 시작이 된다

 

 

 

 

우선 그날 이동 경로중 첫 번째 경로를 지도로 먼저 보시면 아래와 같다.  

 

아~~ 친절한 남주씨~~ ^ ^ 지도 협찬은 엠파스 되겠다~

 

 

 

                                                                 [ 첫번째 경로 ]

 

 제2경인고속도로 월미도 나들목을 나와 처음만나게 되는게 능안삼거리이다.  이곳은 원래 목적지는

 

아니였다.  그런데 자유공원 방향으로 갈려다가 창밖으로 비친.....이런.....철길 풍경이 그만 핸들을 돌리게

 

만들고 말았다.   그 지역을 자세히 보면 아래와 같다.    

 

 

 

 

 

[철길골목]

 

 지도상에서 알 수 있다 시피 주택가를 철길이 지나 간다.  저기~ 아랫지방에 군산 구암동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그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사진에 닉은 Rainday(본인),  Yme(마눌), Garam(가람) 이다.

 

 

 

 

                                           [자~ 이제부터 열심히 찍어보자고~~]

 

 

 

                                                 [열심히 찍기 시작하는 슈터모자]

 

 

 

 

 

 

 

 

 

 

 

 

 

[아빠도 찍어주는 가람이의 쎈쓰~]

 

 

 

 

 

 

 사실 내가 부산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곳이 이곳과 비슷한 곳이었다.  부산분들은 아실분들도 있겠지만

 

범일동 미군제5보급창과 7부두가  있는곳.....

 

그곳에서 초등학교 1년까지를 보냈다.   그곳은 보물창고였다.  길건너 잘살던 동네 녀석들이 가장 탐내는

 

병뚜껑 딱지를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곳 ..

 

병뚜껑 딱지는 원래 망치로 두들겨 펴서 만드는데 우리는 기차가 지나가기 전에 철길에 두기만 하면

 

납짝하니 ~ 이쁘게  다량을 뽑을 수 있었다

 

형들은 대못을 철길위에 두어서 납작하게 되면 갈아서 만능열쇠를 만드는 재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 지천으로 널려 있던 "석필" ... 이건 ...

 

대단한 보물이었다  어느 벽이든 바닥이든 긋기만 하면  비싼 일제 색연필도 안되는 땅바닥에 선긋기,

 

글자쓰기가 다 되는 것이다.    

 

변변한 필기구나 노트가 없는 우리들에겐 석필만 있으면 온 세상이 다 내 노트였다...... ^ ^  

  

가끔 제5보급창 코쟁이들이 외박 나올 때면 " 헬로 초콜렛"을 외치며 초콜렛 조각을 얻어 먹기도 했고 ....

 

간큰 형아들은 철길을 따라  보급창 담을 넘어 가기도 했다. 

   

 담배를 한 대 피면서 잠시 과거의 회상에 잠겨본후  차있는곳으로 돌아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마눌이 징하게 청소를 했었다던  "자유공원"과  다녔던 초등학교를 가보기로 했다. 

 

우선 차이나타운에 주차를 하고 차이나타운쪽으로 걸어서 자유공원을 올라갔다.  가기전에

 

차이나타운도 살짝~  둘러보고 ~~

 

 

 

 

 

 

 

 

 

 

 

 

 

 

 

토요일인데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아직은 차이나타운이 한산했었다.   

 

 

부지런히 올라서 팔각정에서 먼저  인천항을 내려다 봤다.

 

 

 

 

팔각정을 내려와 마눌은 예전에 학생시절에 잘갔던 롤라장이 있던 곳을 다녀오겠노라며

 

혼자 바지런히 계단을 내려갔다.

 

 

 

덕분에 나는 좀 쉴 수 있었다~~ 휴~~~ ^ ^;;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롤라장있던곳이 오리구이집으로 바뀌어 있더라고 한다)

 

최근 매스컴에 자유공원이 많이 오르락내렸다.  아직 우리가 떨어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념의 굴레가

 

현실로 표출된곳 .......  

 

그 중심에 서 있는 맥아더동상을 보면서 잠시나마 우리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워낙 민감한 문제라  이글에는 쓰지 않겠다.

 

읽으시는 분들도 그부분에 대한 리플은 사양해주시길 바란다.   그런 리플은 다른곳에서~~

 

 

 

 

 

사진에서 보다 시피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 다르기 마련이다.  

 

한가족이 봐도 각자 보는 각도와 범위가 틀리다....  다양성의 사회인것을

 

 잠깐 지도를 보시면 자유공원 지나 제물포고등학교가 있다.  그 근처가 마눌이 초등시절을 보냈던

 

북성초등학교와 송월초등학교가 있다. 북성초등학교는 현재 자유유치원으로 바뀌어서

 

예전모습이 없고 송월초등학교 교정을 들어가 봤다.

 

 

 

마눌은 가람이의 손을 잡고 교정 여기 저기를 둘러봤지만 .......  

 

이미 최신식 건물로 바뀌어 버린 학교에서 예전의 기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

 

어린시절 다니던 송월문고 뒷길을 보고는 너무 기뻐서 흥분하며 과거의 흔적을 찾아 수다를 쏟아 냈다.

 

"송월문구"  글자도 선명하다~~  

 

 

 

 

잠시 근처 구멍가계에 들러 목을 축이는데  마눌은 마치  교포가 고향을 찾아온 듯  오래된 가계주인에게

 

과거의 사실들을 묻고 이야기하고 기뻐했다가 실망했다가 ......    

 

그렇게 마눌은 과거의 시간으로 자신을 되돌려 놓고 있었다.

 

꽤 걸어다녔더니 배꼽시계가 요동을 쳤다.   차이나타운까지 왔으니 내려가서 짜장면이나 한그릇하고

 

가기로 하고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짜장면의 원조(?) 라고 회자되는 집..... 그  유명한 O화춘을 이왕이면 가보자 하여  초행길인 비좁은

 

골목길을 헤메다가  겨우 찾았다~~

 

 

 

[쥔님 밥먹을 동안 쉬어라 애들아~~]

 

 그래도 거기까지 갔는데 짜장면만 먹기는 그래서 탕수육과 중새우볶음도 같이 주문을 했다~~

 

 

[ 메인(?)  짜장면 ~~~  맛납니다 ]

 

전반적으로 애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도록 요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았고  양이 조금이다~ ㅋㅋ 

 

그래도 요리2개에 짜장면까지 먹었으니 배도 부르고 길게~  담배 한 대 피면서 주위 구경도 좀 하고  

 

진짜 목적지인  만석동으로 출발을 했다.

 

 

 

첨에 만석동을 간다고 주변인들에게 물어봤으나  인천에 사는 사람들도 만석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만큼 구석진곳 이라면 구석진곳 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혹시 만석동 사시는분 ...이글읽고 ...열받지는 마세요 ....ㅠㅠ;;)

 

만석동의 위치를 지도상으로 보면  인천역앞을 지나 쭉 가다 보면 좌측으로 만석고가가 나온다  

 

이 고가를 넘어 유턴해서 들어가면 바로 만석동이다.

 

 

 

젤 먼저 만석동에 도착하니 마눌을 반겨주는게 있었으니 .....   바로 만석 우체국이다.

 

 

 

[만석우체국]

 

 어린시절 마눌은 저 우체국을 통해 먼곳의 벗들에게 ....  또는 당시 유행이었던 FM 라디오에 신청곡

 

엽서를 보냈으려니 ....   

 

우체국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서 마눌은 점점 과거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만석고가아래]

 

 저 만석고가 아래에게 마눌이 어린시절 동네아저씨들이 개를 잡아서 매달아 놓았었단다....

 

밑에는 솥에 물을 끓이고 .....

 

지금도 겁이 많은 마눌이 어릴 때 그런 모습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밤에는 저 고가밑을 지나가질 못했다고 한다...개 우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ㅋㅋㅋ

 

만석동을 둘러보면서 북성선착장 방향으로 걸어갔다.   

 

과거의 모습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걸 걸을 때 마다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 있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이용실 간판....(뭐 빗나간 이용실은 널렸지만....) ]

 

 마치 시대가 멈춰 버린 듯한 골목을 지나면  고가가 하나 다시 나오고  고가 아래에는 굴을 채취해서

 

판매하는 상인들 비닐하우스가 몇채씩 있다.

 

이곳에서도 셔터를 누르고 싶었으나 .... 기분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냥 참고 지나갔다. 

   

그곳을 지나가면 좁은 길을 따라 " 북성선착장" 으로  가는 길이 있다.

 

 

[북성선착장 가는 입구에서~  둘다 좀 지친표정이..^ ^]

 

 

 [ 이길을 쭉 따라가면 예상챦았던 풍경이 나온다]

 

 좁다란 골목을 따라 따라 가면  횟집 비슷한 곳이 있는 막다른 곳으로 통한다   그러나 그 앞까지 가보면

 

횟집옆으로 좁다란 길이 보이고  그길을 따라 가면 북성선착장이다.   

 

소래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런곳이 아니고 주로 굴을 파는 집들과  생선구이집들이 몇집있는  

 

좁고 작은 선착장인데 ....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곳에 이런 선착장이 있었다니.....  

 

 

 

[횟집을 지나면 이렇게 선착장으로 나온다]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그날은 좀 붐비는 날인 듯 했다]

 

 

 

 

 

 

 

 

 [ 선창장은 이렇게 좁은길의 연속이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

 

 

[카메라 떨어질까봐 목에 걸고 다녔다...ㅋㅋ]

 

 가람이 녀석도 처음 이런 풍경을 봐서 그런지 무척이나 신기해 했다.....  

 

원래는 선착장이 넓었다고 한다.   지금은 다 막아놓아서 ..... 예전 모습이 아니라고 마눌이 많이

 

섭섭해 했다....    

 

그런데 선착장 들어올 때부터 후각을 자극하던  생선 굽는 냄새 ~~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맛만 보고 가기로  마눌과 의기투합 바로 저곳 ~~

 

 

 

바다위에 떠있는 저곳에 가서 양이 젤 적다는 밴댕이와 쏘주 한병을 시켰다~  츄릅~~~ 쩝~~~~``

 

 

 

 그런데 ....이게.... 약만 오르다가 말았다.   차를 가져갔으니 쏘주는 한잔밖에 못먹었고   

 

이.....밴댕이란 것이 어찌 그리 가시가 많은지 ....

 

아들내미 살좀 발라주고 먹을라 치면 거의 뼈속에 살이 있는 듯 ~~   그때 어금니가 아파 치료를 받고

 

있던때라  마구 씹어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진짜 냄새만 맡고  병아리 눈물만큼 생선살맛 보고 만족해야 했다~~

 

잘먹었는지....   화장실도 없어서  가람이는 나오는길에  구석으로 가서 노상방뇨를 ~~    

 

부럽다 가람아 ~~  시원했겠네~~ ^ ^

 

 

 

 

 

 

북성선착장을 끝으로 가족과 함께한 짧은 추억여행은 끝이 났다.   

 

북성선창장을 나와서 마눌은 나와 가람이에게 잠깐만 차에 있으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 갔는데 나중에 필름을 현상해보니  

 

마눌이 어린시절 살았던 집....   그집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눌의 어린시절이 뭍어있는 골목]

 

 그곳을 다녀와서는 마치 머리 아픈 숙제를 풀고 또 다른 숙제를 받은 학생의 미묘한 표정을 하고

 

생각속에 빠져 창밖을 쳐다 보며 그렇게

 

하루동안의 여정을 끝내고 처갓집에 들려 막내녀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 왔다.     

 

그날 저녁 마눌은 이런말을 했다.   "내가 사진을 찍을러 간건 그 기억속의 모습들을 찾고 싶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이미 변해 버린  현재의 모습일뿐.."

 

" 그래 맞어  과거에 자기가 사진을 찍어 놓았었다면 지금 아마 그 사진을 보면서 기억속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오늘 찍은건 그때의 기억은 아니지만

 

지금의 기억이지 ...   지금 안찍어 놓으면 또 언젠가 그 기억을 찾고 싶어도 또 놓쳐 버린 시간들을

 

후회할지도 몰라"

 

"그래도 오늘 찍어 놓았으니 이제 그 기억은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거야  순간을 놓치면 되돌릴 수는

 

없어 ... 그래서 사진을 찍는거야

 

 그순간을 영원히 하기 위해 ..... "   

 

사람이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시점이 30대후반이나

 

 마흔에 접어 들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고  과거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아마  마눌도 머지 않은 40대를 바라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었을 것이고

 

또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의 모습들을 돌아보고 싶었었던 것 같다.

 

하루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 한사람의 추억을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건 참으로 좋은

 

경험이었고  그동안 몰랐던 마눌의 다른 부분도

 

알게되어 좀더 깊은 부분까지 마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좋았다.

 

유명한 관광지의 멋진 풍경도 좋지만  서로의 추억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상대를 좀더 깊이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또다른 방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사족 :  이 하루의 여행후  마눌은 이틀간 몸살이 났었다. 카메라 무게의 압박으로 ....ㅋㅋㅋ